2023년도 끝났다. 2024년이 시작된지 일주일이 넘었지만 아직도 사람들을 만나면 "새해복 많이 받으세요"를 하기 때문에 뒷북까지는 아니라고 생각하는 회고를 작성해보려 한다.
한 번도 봐본 적 없는 원펀맨 ost를 들으면서 회고록을 끄적여본다.
1월
플러터에 대해서 갑자기 관심이 솟구쳤었다. 노마드 코더의 플러터 강의를 듣고 앱 개발 생각보다 할만하네? 라고 생각하여 실제 나만의 앱을 출시하기로 결심했었다. 강의에서는 웹툰 앱을 만들어보는 것이였는데 나는 간단한 뽀모도로 타이머 앱을 기획하고 개발하기로 했다.
당시에 개발 블로그도 시작한 지 얼마 안 된 시점이였는데 개발 기록을 남겨볼려고 했으나 중간에 무슨 이유인지는 모르겠으나 기록이 끊겼다. 역시 인간의 게으름은 정말 거스르기 어려운 것 같다. 그래도 기록은 중간에 끊겼으나 결과물을 만들어서 세상에 공개했다.
참으로 조잡하지만 어쨌든 결과물은 나왔고 다운로드도 누가 했는지는 모르겠지만 5회 이상했다. 내가 테스트로 갤럭시에 설치해본 것 말고 누군가 또 다운로드를 해봤다는 것과 플레이스토어에 내 이름이 박혀있는 앱이 있다는 게 정말 신기했다.
이렇게 한 달간 플러터랑 같이 놀면서 시간을 보냈다.
2월
2월 내 생일 야호. 생일날 여자친구와 함께 부산여행을 했고 회 먹고 케익 먹고 와인 마시고 야무지게 놀았다.
이 기간 동안에는 작년 하반기에 같이 스타트업에서 일했던 백엔드 개발자 분과 같이 토이 프로젝트를 기획했는데 그 분도 다시 취업 준비하고 나도 개강 준비하느라고 흐지부지 됐다. 그 악명 높은 공대 3학년 1학기에 접어들어 걱정이 되게 많았던 것 같다. 반도체 과목을 어쩔 수 없이 들어야되는데 어떤 교수님 수업을 들어야 할까, 또 다른 전공 과목은 어떤 걸 수강하지 이런 고민이 좀 많았던 것 같다. 한마디로 개발은 안하고 걱정만 오지게 했다. 앞으로 다시는 이러지 말자. 걱정해봤자 해결되는 것 없다.
3월
개강을 했다. 2월 중에 동아리를 두 개 지원했다. 고려대 멋사랑 고려대학교 중앙 컴퓨터 동아리 KUCC에 지원했다. 멋사는 떨어졌고 KUCC는 붙어서 KUCC의 신입 부원으로 활동하게 되었다. 쿠씨씨에서 신입 부원이었지만 이전에 프론트엔드 개발자로 스타트업에서 일해본 경험, 해커톤 출전 경험 등을 살려 프론트엔드 세션을 열어보기로 했다. 8주 동안 내가 커리큘럼을 기획해서 부원들의 수강신청을 받아 가르치는 형식이다. 신입부원이기에 더 열심히 해야겠다는 패기도 조금 있었고 내 개인적으로도 부원들에게 많은 것들을 알려주고 싶은 욕심도 있어서 도서관에서 자바스크립트나 리액트 책도 대출해가면서 세션을 준비했다.
그리고 생활비 + 데이트 비용을 벌기 위해 과외 3개와 대치동 조교도 병행했다. 솔직히 이건 좀 투머치였다는 생각이 든다. 김과외에 이전에 했던 나의 대치동 조교와 과외 경력을 적어서 올렸더니 문의가 꽤나 많이 왔고 이전에 학원에서 가르쳤던 학생이 개인적으로 과외를 요청하기도 했고 친구 통해서 과외를 받기도 했다. 거기에 원래 하던 대치동 조교까지 사실 지금 보니 진짜 돈에 미친X이었던 것 같다. 수입은 풍족했으나 성적은 나락갈 수 밖에 없는 일정이었다. 지금은 모두 정리하고 과외만 2개하고 있다.
4월
동아리 활동도 시험기간이라 잠시 중단되었고 과외만 병행하며 하루하루를 보냈다. 이 때는 전공공부라는 명목하에 개발도 잠깐 멈췄지만 그건 그냥 핑계였다. 회로, 반도체 관련 과목이 많았었는데 하기 싫다는 나의 마음을 이겨내기에는 나의 성실함은 너무나도 약했다. 결국 중간고사 점수는 나락갔고 그래도 개발 관련 과목인 컴퓨터구조 과목도 공부도 제대로 안 했다. 한 마디로 총체적 난국.
요건 중간 끝나고 동아리원들이랑 채널톡 탐방 다녀온 사진
5월
중간이 끝나고 세션도 다시 재개되고 이 때 동아리 내 새로운 프로젝트에 참여하기도 했다. 이 달의 가장 빅 이벤트는 아무래도 SKYCC 해커톤 참여와 입실렌티이지 않았나 싶다.
SKYCC는 서울대학교, 고려대학교, 연세대학교 학생들이 모여 역삼 AWS에서 진행했던 연합 해커톤이다. 엄청난 뷰의 사옥에서 능력있는 사람들과 개발을 하면서 내가 진심으로 개발자가 되고 싶어한다는 것을 한 번 더 깨달았던 대회였다. 아쉽게 입상은 못했지만 팀원들과 협업하는 과정 자체가 엄청 재밌었고 내가 속한 동아리의 사람들이 대상, 금상을 수상하는 것을 보고 정말 능력자들이 많고 나는 아직 갈 길이 멀었구나 의지를 다졌던 것 같다.
마지막이 될 수도 있는 입실렌티...올해 4학년이 되면서 학교에서 보내는 마지막 년도가 될 것 같은데 1학기에 졸업논문을 쓰게 되어 입실렌티에 참여할 수 있을지 없을지 모르겠다. 그래도 올해로 6년째 같이 몰려다니는 동기들과 함께 또 한 편의 추억을 쌓아서 한 편으로는 다행으로 생각된다.
6월
5월 말의 입실이 끝났으니 이제 기말고사다. 사실 중간고사 상황을 고려하면 성적에 희망이 없었다는 것을 알았다. 보통은 이러면 '만회하기 위해 열심히 해야지' 라고 생각하고 더 열심히 할 생각하지만 나는 너무나도 약한 존재였다. 그냥 "시험 한 번 봐보자" 수준의 마인드로 공부를 했다. 이딴 마인드로 공부를 하니 당연히 좋은 성적이 나올리 만무하다. 모든 성적을 공개할 수는 없지만 C+가 3개인 것 정도로 얼마나 공부를 대충했는지 알 수 있다.
7월
1학기가 끝나고 반도체 관련 공부를 사실상 접기로 마음을 먹었고 개발 쪽 공부에 전념하기로 했다. 2024년에 본격적인 취준에 들어가기 때문에 자료구조와 알고리즘을 다시 공부하기로 했고 코딩테스트용 파이썬도 공부하고 자바스크립트에 대한 기초도 다시 다지고 노드도 한 번 다뤄보기로 결심했다. 자료구조와 알고리즘, 노드 강의를 유데미로 신청했고 자바스크립트에 대한 기초는 <모던 자바스크립트 딥 다이브> 책을 통해 공부하기로 했다. 파이썬은 <점프 투 파이썬> 책을 택했다. 이 중에서 끝까지 수행한 건 파이썬 책을 완독 뿐이다.
목표로 했던 4가지 항목 이외에 자꾸 다른 거에 눈길이 가기 시작했고 유튜브에서 html,css,js를 활용해서 소소한 기능들을 만들어보는 걸 따라쳐보고 리액트로 혼자 블로그 만들어보려고 하고 별의별 짓을 다했다. 자료구조와 알고리즘 강의는 80% 정도 들었고 딥 다이브 책과 노드는 사실상 다시 시작하는 게 나을 정도로 성취도가 처참했다.
여자친구와의 첫 해외여행(일본) 은 잊지 못할 추억이다.
저 참치는 진짜 개맛있었다. 또 먹으러 일본 가야지.
8월
동아리 활동한지 한 학기 만에 부회장이 되었다. 운영진 MT, 50주년 동문회 기획, 신입 회원 리크루팅 등으로 할 일이 갑자기 많아졌다. 거기에 학생들 여름방학으로 잠깐 쉬었던 과외를 재개하면서 개발 공부에 많이 소홀해졌다. 아주 깨작되는 수준으로만 해서 개발을 했다고 말하기도 좀 그렇다.
9월
다시 2학기가 시작되었다. 1학기 때 거의 1학년 급 성적을 받아서 2학기는 절치부심하고 전공학점 챙기고 동아리 세션 활동 열심히 해보자고 다짐했다. 물리적 지식을 다루는 과목이 한과목 뿐이어서 수강신청은 나름 만족했다. 고연전 뒤풀이도 하고 KUCC 전체 MT 기획도 하고 재미나게 놀고 온 학기 초였다.
이 달 말에 재밌는 오퍼를 하나 받았다. 나의 SKYCC 후기를 보고 초기 스타트업 팀에서 합류 제의를 받았다. 부동산 관련 플랫폼을 기획 중인 스타트업인데 아이템이 꽤나 재밌었고 마침 진행중인 개발 프로젝트도 없었어서 참여하기로 했다. 9월 말부터 본격적인 개발을 시작했고 개발자가 프론트인 나 한 명뿐이었기에 11월까지 목업을 완성하는 것을 목표로 했다.
10월
동아리에서 프론트엔드 세션 3주차까지 진행한 후 중간고사 휴식기간을 맞이했다. 이번 중간고사는 저번 학기의 실수를 반복하지 않기 위해 중간고사 공부를 2~3주 전부터 하기로 계획했고 성적도 나름 괜찮았다. 확실히 하면 되는 것 같다는 느낌을 받았다.
이건 KUCC 2학기 운영진들끼리 10월 초에 찍었던 단체사진
다들 너무 고생 많았습니다ㅠ
11월
2023년 중 가장 바빴던 한 달이었다. 3-2였기 때문에 2024년 졸업 예정자를 요구하는 대부분의 인턴이나 신입 채용에는 지원 자체가 아예 불가했었는데 25년 2월 졸업 예정자도 포함되어있는 인턴이 떴었다. LG CNS 인턴이 떠서 곧바로 서류 작성을 하고 코딩테스트 준비를 했다. 결과는 불합격.
사실 코테는 2024년의 내가 본격적으로 준비해야되는 거라고 생각해서 별 생각없이 있다가 갑자기 봐야되는 상황이 펼쳐져서 서류가 열린 날부터 2주 동안 벼락치기를 했다. 세션에서 다루던 자바스크립트를 지원하지 않았기에 그나마 경험이 있는 파이썬으로 응시해야했고 어디서부터 공부해야할지 몰라서 학교 수업도 안 듣고 유튜브의 동빈나 님의 강의를 하루에 2,3개씩 보면서 프로그래머스에서 문제풀이를 했다. 2주 동안 코테 노베가 공부해서 대기업의 코테를 패스한다는 것 자체가 사실 말이 안 된다. 그래도 2주동안의 공부로 3문제 중 2문제를 풀어서 제출했다는 것에 희망을 봤던 시험이었다. 또한 대기업의 서류도 처음으로 통과하면서 취준의 희망을 갖게 되었다.
금토에 걸쳐 진행되는 1박2일 해커톤에도 참여를 했었다. 프론트엔드 개발자로 참여했고 4명이 1조로 참여했다. 기획을 대회가 시작되기 전에 거의 다 끝내놨었기에 우리 조는 대회 날 개발에만 몰두하기로 결정했다. 하지만...
내가 망쳤다...
나랑 백엔드 팀원이 실수를 좀 했다. 기획도 괜찮았고 개발 상황도 순조로웠는데 마지막 API 연결 과정에서 계속 안되는 것이었다. 이 해커톤의 중요 포인트는 완성도였기 때문에 이걸 완성시키지 못하면 시상은 당연히 꿈도 꿀 수 없었다. 시간에 쫓겨 이리저리 막 해봤는데 계속 안돼서 한 개의 (좀 많이 중요한) 페이지를 완성시키지 못한 상태로 제출했다. 나중에 살펴보니 API 자체에도 에러가 조금 있었고 나도 헤더를 잘못 설정했었다. 나의 실수로 인해 완성되지 못했다는 사실 때문에 큰 아쉬움이 남았던 대회였다. 그럼에도 같이 1박2일 동안 밤샘 코딩하면서 팀원들과 협업하고 멘토님들의 조언도 들을 수 있었던 소중한 시간이고 경험이었다.
그리고 코테를 한 번 더 봤다...
카카오의 대규모 인턴 공고가 떠서 바로 지원했다. 카카오의 경우 서류와 코딩테스트를 함께 보는 것이 1차였기 때문에 모든 사람들에게 코테 기회가 주어진다. 이전의 벼락치기 했던 것의 기억을 살려서 bfs, dfs 쪽 다시 살펴보고 구현 관련 문제들을 프로그래머스에서 계속 풀었다. 결과는 역시나 탈락. 사실 기대도 안하긴 했다. 전체 5문제 중에 2문제만 풀었기 때문이다. 오히려 만족스러웠다. 공부한 dfs를 실제로 시험장에서 적용시켜서 풀었기 때문이다. 나머지 3문제는 애초에 아이디어를 떠올리지 못했고 이건 순전히 나의 코테 실력부족이었기 때문에 아쉬움보다는 오히려 더 열심히 공부해야겠다는 다짐으로 남았다.
이렇게 1번의 해커톤과 2번의 코테로 정신없이 지나간 한달이었다. 그 와중에 스타트업의 MVP 개발도 매일매일 조금이라도 했으니 진짜 정신없이 지나간 하루였다. 채용 프로세스를 직접 경험해보면서 많은 것을 배웠던 한 달이었다.
요건 11월에 마지막 세션 끝나고 한 학기 동안 함께 고생한 세션원들 회식
부족한 세션장 끝까지 잘 따라와주고 회식 다 참석해줘서 고마원 세션원들
12월
이제 기말고사가 다가왔고 2023년도 끝이 보인다. 학교 공부는 학교 공부고 재미난 행사가 있어서 다녀왔다.
강남역에서 열린 삼성 개발자 컨퍼런스에 다녀왔다. 삼성전자라는 거대 조직의 개발 문화나 개발자분들을 보면서 '나는 정말 하염없이 작은 돼지감자에 불과하구나...'를 한 번 더 느꼈다. 배운 점도 정말 많았고 삼성전자라는 기업에 들어가고 싶다는 생각도 들었다. 그래서 삼성 채용 프로세스를 찾아봤더니 일단 영어성적이 필요해서 바로 오픽을 신청했다. 기말 끝나고 바로 볼 수 있게 신청했고 결과는 뒤에서 공개하겠다.
2학기 기말고사의 결과는 그다지 좋지 못했다. 일단 객관적으로 내가 봐도 공부량이 중간고사보다 적었고 흥미에 따른 공부 의지 편차가 너무나 극심했다. 특히 데이터 과학 과목은 해도해도 이해가 안되니깐 자연스럽게 흥미도 떨어지고 손에서 멀어지게 되었다. 그래도 결과적으로 받은 학점은 1학기 보다는 훨씬 나았다. 이제 전공필수는 다 채웠고 4학년 과목만 몇 개 들으면 사실상 졸업이다.
기말 시험 성적도 다 받았고 신청했던 오픽을 보러 갔다. 시험 유형은 시험 전전날 쯤에 처음 봤고 생각보다 무난할 것 같았다.
다행히 AL을 받았다. 2년동안 유효기간이니깐 2024년 취준할 때 유용하게 써먹을 수 있을 것 같다.
2023년을 돌아보니 뭔가 바쁘게 산 것 같으면서도 남는 게 뭐였을까 고민하게 되는 한 해였다. KUCC에 들어와서 개발도 많이 했지만 사실상 부원들과 프론트엔드 지식을 공유하는 것에 초점을 두었기에 나의 설명방식이나 커리큘럼 기획 등에 힘이 더 실어진 것 같다.
2023년은 나의 개발적 지식을 더 깊게 공부해보기보다는 해커톤과 스타트업을 통한 협업 경험 및 기존에 공부했던 기술 활용 경험에 초점이 맞춰져 있었다. 또한 과외도 1년 내내 했으니 남에게 지식을 전달하는 교육 활동에 초점을 많이 두었던 것 같다. 내가 가지고 있는 지식을 전달하는 과정에서 단어나 비유 선택 등 언어적 스킬이 많이 늘었다고 생각된다.
여기까지 의식의 흐름과 같은 회고였고 KPT 회고를 통해서 항목별로 좀 정리를 해보자.
Keep
해커톤 및 컨퍼런스 참여
방학 동안의 프로젝트 기획 및 실천
코딩테스트 공부
수학 과외
아침 독서 + 지하철 독서
헬스
Problem
전공공부 성취도(특히 CS 지식)
유튜브 시청
네이버 부동산 서핑
강의랑 개발 책 등 공부거리를 너무 많이 벌여놓음
Try
취업 준비에 대한 순차적 단계 밟아나가기
SWEA 강의 및 문제 풀이
코딩테스트 응시 기회가 있다면 주저하지 않고 나가기
코딩테스트 / 면접 스터디 참여 or 리드
부동산 사이트 차단 (크롬 익스텐션)
4학년 과목 잘 듣고 시험공부 좀 성실히 하자...
졸업을 앞둔 2024년도에 나에게 어떤 기회가 펼쳐질지는 모르겠지만 내가 얻고자 하는 결과에 대해 주저하지 말고 부딪히고 중간에 주저앉지 말자.